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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맵 짜보셨나요?

by 촌드림 2011. 11. 25.

직업 문제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꼭 빠짐없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커리어맵을 짜보셨습니까?"

우선 용어부터가 생소하다. 커리어맵? 무슨 지도를 얘기하는 건지? 십중팔구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린다.

"예를 들어 5년 뒤에는 어떤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또 10년 뒤에는 어떤 능력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려보신 적 있나요?

이렇게 풀어서 설명하면 그제서야 '아~ 그런 거'하는 식으로 표정이 밝아진다. 하지만 역시 열에 여덟 아홉은 해본 적 없다는 답변이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초등학생 시절 대통령, 과학자, 연예인 한 번 안 돼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커서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은 온 국민에게 익숙한 질문이다. 하지만 산수가 수학으로 바뀌고 재미있는 글짓기가 문학 작품의 스펙을 달달 외우는 것에 대체되면서 커서 뭐가 되고 싶냐는 식의 본질적인 질문은 대답해야 하는 사람에게 실례가 되어버린 듯 하다. 말하진 않아도 막연하게나마 어느 분야의 뭔가가 되겠다는 꿈은 수학을 못하니 문과를 가야 한다, 취직 잘되려면 이과를 가야 한다 등등 부모님의 개입이 본격화되면 그나마 자취를 감춰버린다. 본인의 꿈과 이상을 들여다보는 눈은 점점 퇴화하고 세상이 얘기하는 정답, 가장 좋은 길이 어디인지 듣는 귀만 커져버리는 것이다.

세상이 가라는 길, 가장 좋다는 길로 가면 행복할까? 매스컴에서 얘기하는 유망 직종, 세상이 말하는 좋은 길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레드오션인 것이다. 아이가 마침 그 분야에 적성도 있고 소질도 있고 적합한 환경에서 성장한 덕분에 경쟁력이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 분야에 적성, 소질, 환경적 우위도 없고 아무런 경쟁력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레드오션에서 바벨탑 꼭대기로 올라가는 몇몇 사람들 밑에 깔리는 발판 역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하기 싫은 일, 재미없는 일을 할 때 누가 행복하겠는가. 발판으로 밟히는 것도 괴로운데 일이 재미도 없다면 본인은 어디에서 삶의 낙을 찾아야 할까?

커리어맵은 개인의 적성과 소질, 환경적 요소와 실력, 비젼에 따라서 다를 수 밖에 없고 또 달라야만 한다. 매스컴이 유망 직종이라고 하니까? 매스컴이 개인의 삶의 질, 꿈을 이뤘을 때의 만족감과 성취감,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같은 것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매스컴은 그냥 어떤 직종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이다 라는 것을 보도하고 광고 수익으로 먹고 살 뿐이다. 적어도 그 길로 가면 먹고 살기는 어렵지 않을 테니까? 정말 괜찮은 직종이라면 먹고 사는 거야 가능하겠지만 레드오션에서 밟히고 치이면서 상처받은 영혼은 어떻게 치유해야 하나? 엉뚱한 직종에서 구르느라 먹고 마시고 어울려 놀고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재미를 맛보지 못할 만큼 지쳐버리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봤다. 모든 사람에게 유망 직종이란 사실 어불성설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먼저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커리어맵을 짜봤는가? 당신은 5년 뒤 어디에서 어떤 일을 어느 수준으로 하길 원하는가? 당신은 어떤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직장은 가질 수 있어도 아직 직업을 가질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