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퀴 휘휘 둘러보고 결국 대를 드리우기로 결정한 곳은 와수리에서 2~3㎞ 떨어진 어느 보 근처.

낚싯대 하나 들고 정말 많은 보를 다녀봤지만 이 보처럼 멋진 곳은 처음이었다.
물살이 한 곳으로 집중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강 전체로 퍼지게끔 설계되어있다.
물살이 약한 구석구석마다 수심이 2~3m 정도로 찌를 띄울 수 있을만큼 잔잔한 소가 형성돼 있다.

물고기는.. 자세히 보면 얼마나 많은지 잘 볼 수 있다. ^^
보 한 가운데 말라버린 어도 안에 자리를 잡고 대를 폈다.

지렁이 외바늘에 올라와준 첫 수는 10㎝ 안팎의 작은 꺽지 한 마리.
고만고만한 씨알로 다섯 수까지 올리고 점심 식사 후 다른 포인트를 찾아보기로 하고 아이들은 모두 강으로 돌려보냈다.
모 블로그에서 큼직한 씨알의 강붕어와 마자, 장어까지 올라온다는 포스팅을 확인하고 찾아온 곳인데
손바닥에도 안 차는 아이들 잡고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곳은 오는 길에 봐뒀던 바우네집.
관광공사 선정 맛집이라고 하니 K군 영양 보충을 위해 좀 먼 길이라도 기꺼이 되돌아갔다.

'한국관광공사 선정 맛집입니다'
이 문구가 아니었다면 눈에 띄지도, 굳이 먼 길을 되돌아오지도(한 5~6㎞ 이상 거리 되는 듯..) 않았을 것이다.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된 맛집이다.
안에 들어가보면 겉과 달리 음식점 답다(?).

입구에 세워놓은 간판을 가까이서 보니 2001년에는 철원군 주최 향토음식공모전에서 입상도 했다고 한다.
개를 안고 있는 그림이 곳곳에 있길래 뭔가 했는데 음식점 이름의 주인공인 바우가 넓은 마당 가장 바깥 쪽에 잠들어 있었다.
주메뉴는 곤드레밥과 각종 고기류.
소불고기가 1만원, 돼지불고기가 8천원(1인분)이다.
근처에 백골부대를 비롯한 군부대가 많아서 면회온 가족들이 식사를 종종 하는 모양이다.
방 한 칸에 군복을 깔끔하게 갖춰입은 일병 한 명이 혼자 고기를 굽고 있다.
다른 방 한 칸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돼지불고기를 시켜 먹었다.
음식 사진은 못 찍었는데 맛은 훌륭했다.
특히 쌈 채소와 각종 야채와 함께 담근 된장이 매우 훌륭했다.
이 동네 또 올 일 있으면 이 집으로 또 먹으러 오리라 결심할만큼.
K군 공기밥 한 그릇 더 먹여서 1만7천원에 배부르게 먹었다.
쌈채소와 반찬 한 번 리필해 먹고 결국 저녁은 못 먹었다.(10시반에 잠들었는데 그 때까지도 배가 안 고팠으니..;;)
아무튼 바우네집 강추!
다시 남대천으로 돌아와 낚시 시작.
강변을 따라 잘 닦여있는 산책로로 발품을 좀 팔았더니 그럴싸한 포인트가 몇 군데 나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낚시 시작!
낚시는 저녁 7시까지, 제법 굵은 씨알의 강고기들로 이십여 수를 올렸다.
11월에 접어들어 이미 강바닥엔 청태가 상당히 끼어있었고 캐스팅이 조금이라도 어긋나 청태 바닥에 채비가 떨어지면 어김없이 입질이 싹 끊겼다.
자갈 바닥, 바위 위로 포인트를 열심히 더듬어가며 재미있게 낚았지만 어두워지니 입질 받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식용으로 5마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집으로 돌려보냈다.
내장만 손질하고 다이소에서 구입한 꼬챙이에 꿰어 모닥불가에 얹었다.
노릇노릇 구워지는 15㎝ 안팎의 피래미와 돌고기들.
요렇게 구워서
요렇게 먹었다.
거친(?) 남자 둘이 먹는 거라 비늘도 안 긁어내고, 양념은 소금 한 톨 안 뿌리고, 내장만 발라내고 구웠는데
약간의 민물 비린내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피래미 통구이는 별미였다.
돌고기는 역시 별 맛 없는 맛이었다.
오랜만의 낚시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K는 입질 없는 밤낚시 대신 새벽에 일어나 재도전 하겠노라고 큰 소리를 땅땅 쳤다.
그래놓고 9시반에 잠든 K는 다음 날 8시반에야 겨우 눈을 뜬다. ^^;
결국 낚시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넣어뒀던 600D를 꺼내 아침안개가 남아있는 남대천 풍경을 담아봤다.
하나님,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 충분한 손맛을 즐긴 낚시, K군과의 깊은 대화와 교감, 기빙하고 격려할 수 있었던 모든 기회와 힘을 주신 것, 저렴하게 따듯한 민박집에서 K군의 굳은 몸을 풀게 해 주신 것, 좋은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박2일의 짧았던 이번 여행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잊지 않으리라..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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